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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Surface Plasmon Lasers - 표면 플라즈몬 레이저 본문
[논문] Surface Plasmon Lasers - 표면 플라즈몬 레이저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두 개이다. 표면 플라즈몬 레이저 논문이다.
일단 표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부터 해보자.
# 첫번째 논문 표지
# 두번째 논문 표지
표지만 봐도 뭔가 느껴지는가? 뭐 아님 말고. ㅡㅡ;;
그럼 간단한 정보 살펴보자.
# 첫번째 논문 간단한 정보
글쓴이: Rupert F. Oulton, Volker J. Sorger, Thomas Zentgraf, Ren-Min Ma, Christopher Gladden,
Lun Dai, Guy Bartal, and Xiang Zhang
제목: Plasmon lasers at deep subwavelength scale
학술지: Nature
발행년월: 2009년 10월
# 두번째 논문 간단한 정보
글쓴이: Soon-Hong Kwon, Ju-Hyung Kang, Christian Seassal, Sun-Kyung Kim, Philippe Regreny,
Yong-Hee Lee, Charles M. Lieber, and Hong-Gyu Park
제목: Subwavelength plasmonic lasing from a semiconductor nanodisk with silver nanopan cavity
학술지: Nano Letters
발행년월: 2010년 8월
첫번째 논문은 시앙 장(Xiang Zhang)이라는 포토닉스계의 대스타 연구실에서 발표한 논문이다. 미국 버클리 대학교(UC Berkeley)에 있는 연구실이다. 이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있는 박사들만 해도 열 명이 넘고, 학생들은 스무 명 정도 된다.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한 해에도 몇 편씩 논문을 내기 때문에 다른 연구자들의 부러움과 질투와 존경과 모함을 동시에 받고 있는 곳이다.
두번째 논문은 고려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쓴 논문이다. 고려대학교라고는 하지만, 사실 박홍규 교수부터 시작해서 권순홍, 강주형, 김선경 박사는 모두 카이스트 물리학과의 이용희 교수 연구실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니 카이스트를 고려대에 옮겨놓은 모양새이다. (강주형 박사는 저 논문을 쓸 때 카이스트 학생이었고 지금은 고려대 박홍규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PostDoc)를 하고 있다.)
그럼 내용을 좀 살펴보자.
1.
먼저 두 논문의 제목을 살펴보자. 공통으로 들어가는 낱말은 뭐가 있나? plasmon, subwavelenth, laser 가 눈에 들어온다. 이 말들이 바로 핵심 낱말이다.
레이저. 그래 레이저다. 뭐 레이저야 오래전부터 나왔던 거 아닌가? 그렇다면 뭐가 특별한 건가. 레이저라는 말이 버금파장(subwavelength)과 이어져서 붙으면 그걸 특별하게 만드는 거다. 버금파장이란? 파장보다 짧다는 말이다. 응? 그래. 파장보다 짧다는 말이다. 뭐가? 레이저가! 버금파장 레이저란, 파장보다 짧은 레이저라는 말이다.
600nm 파장인 빛이 있다고 해보자. 이 빛을 어딘가 공간에 가둔다고 할 때 이 빛의 파장인 600nm 보다 작은 곳에 가두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다양한 기술을 쓰면 파장의 반인 300nm 정도까지에 가둘 수는 있다. 하지만 그보다 작은 곳에 가두기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이 문제를 고민하던 사람들이 찾아낸 것이 바로 표면 플라즈몬이다. 표면 플라즈몬은 빛을 파장보다 짧게 만들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파수는 가시광선의 주파수를 유지하면서 파장은 X선만큼이나 짧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멋지지 않은가?
이쯤되면 예상이 된 건가? 그렇다. 바로 버금파장 레이저를 만들기 위해서 표면 플라즈몬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표면 플라즈몬이 레이저가 되도록 만들었다는 말이다. 이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버금파장 레이저라는 말을 얼마나 논문 제목에 쓰고 싶었는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논문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2.
논문을 읽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 중에 하나는, 질문을 가지고 읽는 것이다. 먼저 논문의 제목을 보고 그 제목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을 논문을 끝까지 읽을 때까지 기억하면서 읽는 것이다. 읽다보면 그 답이 논문 속에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다. 또는 답을 주는 것 같지만 뭔가 아쉬운 경우도 있다. 물론 좋은 논문이라면 명확한 답을 줄 것이다. 좋은 논문에도 답이 없다면 그건 중요하지 않거나 잘못된 질문일테고.
이 논문들도 제목을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몇 가지 질문이 있다.
가. 레이저인지 어떻게 아는가?
나. 플라즈몬인지 어떻게 아는가?
다. 이득(Gain)은?
라. 결맞음 거리(Coherence length)는?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사람들은 자기 연구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야한다. 특히 이렇게 앞서가는 연구를 하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이 논문에서는 위의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하는지 보자.
3.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 전에 먼저 실험의 기본 구성을 좀 살펴보자.
# 네이처 논문
그림 1(a). 실험 구조 설명. 은 위에 이불화망간(MgF2)를 얇게 깔고 그 위에 황화카드뮴(CdS) 나노선을 올려놓은 형태이다. 이렇게 하면 저 반짝이는 모양처럼 매우 작은 공간에 표면 플라즈몬 모드를 가둘 수 있다고 한다.
# 나노레터 논문
그림 1. 은을 원반모양으로 판 곳에 인화인듐(InP) 양자우물(Quantum Well)을 채워넣은 모양새이다. 양자우물에는 인비소화인듐(InAsP)이 이득물질로 들어있다.
4.
가. 레이저인지 어떻게 아는가?
자 그럼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보자. 레이저인지는 어떻게 아는가? 빛이 나온다고 다 레이저는 아니다. 레이저의 특징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레이저의 특징은 무엇인가? 사실 나도 잘 모른다. 그래서 이용희 교수 연구실의 김주영 박사과정 학생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두 가지를 알려주었다.
(가) 집어넣은 빛의 세기(Intensity)와 나온 빛의 일률(Power)의 관계. 문턱이 존재하는가.
(나) 나온 빛이 얼마나 단일파장에 가까운가. 파장의 선폭이 충분히 좁은가.
(가)는 유도방출이 됨을 보이는 간접적인 방법이다. 보통의 빛이라면 물질에 집어넣은 빛의 세기와 그에 따라 나온 빛의 일률이 선형적인 관계를 보인다. 하지만 유도방출이 일어난다면, 문턱보다 세기가 낮은 빛을 집어 넣으면 나온 빛의 일률이 매우 서서히 증가하다가 문턱을 넘는 순간 갑작스럽게 증가하는 모양을 보인다.
(나)도 마찬가지로 유도방출의 간접적인 증거이다. 유도방출되면 같은 성질의 빛이 한꺼번에 튀어나오기 때문에 나온 빛의 파장이 거의 일정하다. 파장의 선폭이란 어떤 파장이 중심파장으로부터 얼마나 퍼져있는지를 말해주는 파장값의 표준편차라고 보면 되겠다. 가시광선의 경우 그 선폭이 수 나노미터 정도 되어야 한다고 알고 있다.
이 두 논문에서 위의 증거를 어떻게 보여주는지 한 번 살펴보자.
# 네이처 논문
그림 2. 플라즈몬 레이저의 문턱 특성
그림 2.의 (b)를 보면 가로축이 펌프 세기이고 세로축이 출력일률이다. 그러니까 이 그래프가 급격히 꺽이는 점이 있으면 되는 거다. 일단 눈으로 보기에 가로축 값이 20쯤 되는 곳에서 직선이 살짝 꺽이는 걸 볼 수 있다. 근데 이 그래프를 이렇게 그려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가로축과 세로축 모두 선형으로 그려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로그 축적으로 그려 놓아서 판단하기가 어렵다.
(c)를 보면 파장의 선폭이 0.5~ 1.5 nm로 매우 짧음을 알 수 있다. 선폭이 짧으니 그만큼 단일파장에 가깝다는 뜻인데, 그게 황화카드뮴 나노선의 길이와 어떤 관계를 가진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 나노레터 논문
그림 2 (b). 검정색은 입력된 펌프 세기와 출력 일률 사이의 관계. 파란색은 입력된 펌프 세기와 나온 빛의 파장영역에서의 선폭의 관계.
그림 2(b)를 살펴보자. 먼저 검정색을 보면 가로축 값 120쯤에서 그래프의 기울기가 급격히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부분이 바로 문턱이다. 그 문턱을 넘으면 레이저가 된다는 뜻이다. 그 때 파란색 그래프를 보면 120보다 작은 값에서는 선폭이 줄어들다가 120쯤부터 서서히 고정된 선폭으로 수렴한다. 수렴한 선폭은 2 nm. 이 정도면 충분히 단일파장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단일파장이 되는 지점이 문턱값과 일치한다. 이 그래프 하나로 측정한 빛이 레이저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셈이다. 훌륭하다!
나. 플라즈몬인지 어떻게 아는가?
레이저가 된다고해서 항상 플라즈몬 레이저인 것은 아니다. 플라즈몬 레이저가 아닌 그냥 레이저 - 빛알(photonic) 레이저 - 도 있기 때문이다. 플라즈몬 레이저는 금속과 유전체 사이의 표면에 빛이 모여있는 특성을 보여야한다. 그리고 문턱값도 다르다.
# 네이처 논문
그림 2 (d) - (h). 황화카드뮴 나노선의 지름을 바꾸면서 플라즈몬 레이저와 빛알 레이저의 문턱값 변화를 살펴본 그래프. 각 위치의 모드 모양을 보여준 그림이 (e) - (h)로 그 위치가 그래프 (d)에 표시되어있다.
일단 하늘색과 초록색의 그래프가 다르다. 황화카드뮴의 지름이 커짐에 따라 문턱값이 어떤 값으로 수렴하게 되는데, 전반적으로 플라즈몬 레이저의 문턱값이 높은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빛알 레이저는 지름이 더 커져야 수렴함을 알 수 있다. 이는 플라즈몬 레이저는 더 작은 공간에 빛을 가둘 수 있기 때문에 더 지름이 작을 때에 이미 수렴하는 것이고, 그에 반해 빛알 레이저는 레이저 모드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나노선의 지름이 좀 더 커질 때에야 드디어 균일한 문턱값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어찌됐든 이 그래프는 플라즈몬 레이저와 빛알 레이저의 다른 점을 보여줌으로써 자신들의 레이저가 플라즈몬 레이저임을 증명하고자 하는 그래프인 셈이다.
# 나노레터 논문
그림 4 (c) - (d) 그림 (c)는 온도에 따라서 문턱값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플라즈몬 레이저와 광학 레이저를 비교하면서 보여준 그래프. 그림 (d)는 온도에 따라 품위값(Quality factor)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계산으로 보여준 그래프.
실험값이 적어서 좀 아쉬운 그래프이다. 저온 실험이라는 게 워낙 어려울테니 모든 온도에 대해서 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10K와 100K 사이에 점을 하나만이라도 더 찍어주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프가 하는 말은, 온도에 따라 문턱값이 달라지는데, 그게 플라즈몬 레이저와 광학 레이저에서 다른 형태를 보인다는 말이다. 자신들의 레이저는 그림 (c)같은 문턱값을 보였는데, 온도에 따라 플라즈몬 레이저의 문턱값은 크게 달라지지만, 광학 레이저의 문턱값은 상대적으로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일정한 것은 그림 (d)의 계산결과와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문턱값과 품위값이 밀접한 관계를 보이니 말이다. 그래서 실험에서 보인 레이저는 플라즈몬 레이저임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두 논문 모두 광학 레이저와 플라즈몬 레이저의 다른 점을 보임으로써 플라즈몬 레이저임을 증명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다른 점이 표면 플라즈몬의 일반적인 성질에 비추어볼 때 충분히 설명 가능함을 보인 것이다.
다. 이득(gain)은?
레이저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득물질이 있어야 하고 그 이득물질에 의해 빛이 증폭된다. 레이저 공진기에서 빛이 얼마나 이득을 얻는지를 값으로 보여주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도 레이저의 이득이 얼마인지를 보여주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이건 내가 잘 몰라서 하는 질문일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 이 두 논문은 이득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 않다. 그건 이득값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거나 아니면 그다지중요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아마도 중요하지 않아서가 답이 아닐까.
라. 결맞음 거리는?
레이저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결맞음이다. 결맞음 거리는 레이저가 진행하면서 달라지는 위상이 일정크기 이상 되는 거리를 말한다. 이것도 레이저의 중요한 성질 중 하나인데, 이것도 아무래도 이 논문에서는 말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네이처 논문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The occurrence of these cavity resonances indicates that the laser mode's plasmonic coherence is determined by cavity feedback and not by its propagation distance.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플라즈몬의 결맞음은 공진기의 되먹임에서 결정되는 것이지 그 진행 거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일단 결맞음에 대해 말하기는 했는데, 그게 어떻게 됐다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결맞음 거리를 측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은 아니었나보다.
5. 총평
두 논문 모두 엄청난 일을 해낸 논문이다. 나노레터도 좋은 학술지이지만 여기 두번째 논문은 네이처가 아닌 나노레터에 실렸다는 게 이상할 정도로 정말 훌륭한 논문이다. 네이처 논문은 깊은 버금파장(deep subwavelength) 레이저라는 데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나노레터는 깊은 버금파장까지는 아니다. 대신 명확한 공진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나노레터가 더 좋은 점수를 받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단지 플라즈몬 레이저를 처음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게 좀 아쉬울 뿐.
나도 앞으로 플라즈몬 레이저를 만들어볼 기회가 있다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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